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내가 블로그를 쓰다니

by yuiro 2025. 3. 28.

나는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첫 직장을 콘텐츠 기획자로 일하면서 그 두려움은 더 커졌던 것 같다.

입사 후 처음, 창작의 고통 속에 힘겹게 쓴 글을 팀장님께 제출했다.

팀장님은 그 자리에서 내 글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촤라락 수정해주셨다.

여긴 이렇게, 여긴 이렇게..

수정이 끝났을 땐 내가 썼던 글의 흔적은 남아있지 않았다.

난 그래도 내가 꽤 글을 잘썼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나보다.

물론 기업의 이름으로 나가는 브랜드 콘텐츠와 내가 일기장에 끄적이던 글은 성격자체가 다르고,

그에 따른 쓰기 방법도 다른게 당연했다.

난 그에 맞는 글쓰기를 배워야했고, 연습해야했다.

그렇게 고통의 글쓰기 회사생활이 시작되었다.

나에게 글쓰기란 부담 가득한 업무가 되었고, 스스로 내가 잘 못하는 일이 되었다.

회사에서 권유하여 만든 개인 블로그도 몇 가지를 끄적이다가 그것조차 일로 느껴져 그대로 방치해버렸다.

워낙 내성적인 성격이라 누가 나의 글을 보는 것도 부끄러워, 블로그에 글을 써도 발행 대신 저장을 눌렀다.

점점 회사에서도 글쓰는 업무에서 멀어지려고 노력했고, 결국 다른 업무로 방향을 돌렸다.

그렇게 글쓰기에서 해방된 자유를 느끼며 무엇도 쓰지 않고 살았다.

그리고 10년 후,

나는 지금 다시 블로그에 이렇게 일기를 쓰고 있다.

10년이 지나보니, 내가 기록한 것들만 남더라.

열심히 찍어놓은 사진과 영상을 보며 기억하고 싶은 그 때를 떠올리지만,

그 때의 세세하게 느꼈던 나의 감정, 상황,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은

내 머리 속에서 그저 뿌옇게만 남아있는 현실이 갑자기 서글퍼졌다.

나도 나이가 들고, 하루하루 쑥쑥 자라나는 딸래미의 모습을 보니

하루 빨리 뭐라도 끄적이고 남겨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뭔가 글쓰기가 너무나 매력적이라는 걸 알게 해준

홍인혜 작가님의 에세이를 보며 '나도 이런 멋진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시작이었던 것 같다.

어쨌거나, 올 한해는 '못써도 괜찮은 내 이야기'를 좀 남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