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기소개를 꺼려한다.
나이가 드니 어디가서 자기소개라는 걸 할 일도 드물어졌지만,
20대 때만 해도 어딜가나 자기소개라는 명명하에 내 PR을 해야 할 시간이 많았다.
요즘 리얼 짝짓기 프로그램만 봐도
나는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어필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는 모습들이 보인다.
내가 아마도 자기소개를 꺼리는 이유가 있다면,
이름, 나이, 하는 일 등 정석대로 답변할 수 있는 항목 외에
취미는 무엇인지, 특기는 무엇인지 와 같은
내가 진짜 무얼 하고 사는 사람인지를 설명해야할 항목들 때문일거다.
난 사람들이 '난 이런 취미가 있다, 저런 취미가 있다'
말하면서 그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모습이 참 멋있고 부러웠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전문 취미 아이템을 갖고 싶었다.
그리고 기다렸다.
그 아이템이 운명처럼 날 찾아와주기를.
마치 어벤저스가 수트를 입으면 갑자기 이전에 없던 능력을 장착하는 것처럼
나에게도 어떤 일을 향한 설렘과 좋아함이 어느날 갑자기 찾아올 줄 알았다.
하지만, 많은 시간이 흘러도 나에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간에는
어릴 적, 플룻을 배우고 싶어서 엄마에게 눈물로 배움을 요청한 적도 있었고,
한 동안 기타에 빠져서 매일을 독학하며 굳은 살 박히게 치던 날도 있었고,
사진찍기를 좋아해서 취미로 사진을 찍다가 회사에서 고정 업무로 사진만 찍으러 다니던 날도 있었고,
영상편집하기를 좋아해서 밤새도록 자르고 붙이고를 지루한줄 모르고 하던 날도 있었다.
내 인생을 스쳐지나간 나의 취미생활이 될 뻔한 제목들이 무수히 있었긴 했지만,
지금껏 그 중 한 가지도 끈질기게 배우고 즐겨온 것이 없었다.
어느 정도 실력이 되면 그 이상의 실력을 갖추기까지에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나에게 재능이 없다고 치부하며 그 노력의 벽을 넘으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벽을 넘어야 했다.
나에게 설레임으로 다가왔던 취미가 더 깊이 즐기고 사랑할 수 있는 아이템이 되기까지는 많은 애정과 노력이 필요했다.
좋아하는 것을 사랑하게 되고, 내 삶의 일부가 되게 만드는 것.
포기하지 않는 마음으로 시간의 투자와 배움의 땀이 있어야 가능해지는 것이었다.
이제는 나에게 찾아오는 배움과 즐거움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어떤 설레임을 만나든 잘 가꾸고 다듬고 사랑하는 시간을 거쳐
내 삶의 한켠을 멋지게 꾸밀 수 있는,
나만의 취미생활을 만들어 보고 싶다.